파리의 가을은 과일가게에서 먼저 시작된다. 여름 내내 시장을 장식하던 복숭아와 살구가 사라지면 황금빛 배와 사과, 보랏빛 무화과, 탐스러운 포도가 그 자리를 채운다. 가을이 깊어지면 향긋한 모과와 밤도 등장한다. 가을 시장에서 눈길을 끄는 과일 중 하나가 모과다. 한국에서는 설탕이나 꿀에 재워 차로 마시지만 프랑스에서는 푹 익혀 설탕과 함께 졸인 ‘파트 드 쿠앵’으로 만든다. 양갱처럼 굳힌 모과를 얇게 잘라 양젖치즈와 곁들이면 치즈의 짭짤함과 모과의 달콤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과일을 겨울까지 보존하려던 조상들의 지혜가 오늘날 미식 문화로 이어진 것이다. 프랑스 배는 한국 배와 사뭇 다르다. 크고 아삭한 한국 배와 달리 과육이 부드럽고 향이 짙다. 길쭉한 ‘콩페랑스’, 버터처럼 부드러운 ‘코미스’, 향긋한 ‘윌리엄스’ 등 품종에 따라 맛과 쓰임새도 다르다. 배를 레드와인에 설탕과 계피를 넣고 졸인 ‘푸아르 오 뱅 루주’는 대표적인 가을 디저트다. 익힌 배에 바닐라 아이스크림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