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 떼면서 욕은 경찰이 다 먹는데, 소방이 왜 여기 숟가락을 얹나.”
소방청의 소방 재정 확충 계획을 다룬 기사에는 이런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교통법규 위반 범칙금과 과태료 수입 일부를 ‘119구급기금’ 재원으로 쓰자는 소방청 아이디어가 담긴 기사였다. 지방 재정 의존도가 큰 소방의 재원을 늘려 보자는 취지였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일선의 경찰도 “소방도 경찰처럼 직접 과태료를 걷으라”는 반응을 보였다.
소방 재정 확충은 중요한 과제지만, 한정된 재원을 나누는 데는 이처럼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그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정치의 일이다. 낮은 국비 비중과 지방의 재정 부담에서 비롯된 ‘소방 재정 빨대’ 논란은 정치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는 국가직 전환이 논의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이듬해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를 거치며 국가의 소방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당시 국회에서 “무늬만 국가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여러 번 나왔다. 신분만 바뀔 뿐 재정 문제를 비롯해 달라지는 건 거의 없다는 지적이었다. 2019년 5월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홍익표 소위원장이 2022년 이후 추가 인력의 비용도 정부가 책임지는 것 아니냐고 묻자, 신열우 소방청 차장은 “다시 검토해서 협의하기로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재원 확보는 후속 협의로 남겨둔 것이다.
국가직 전환 6년이 지난 올해도 소방예산 8조5967억 원 가운데 국비는 9238억 원이다. 비중으로는 10.7%로 2021년 14.9%보다 낮아졌다. 소방청의 ‘2026 소방장비통계집’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개인보호장비 6종의 38.9%가 내용연수를 넘겼다. 10개 중 4개꼴이다. 일선 소방관들은 노후 장비를 제때 교체해 달라고 호소한다. 한 소방 관계자는 “인사권과 예산권은 지방에 둔 채 국가직이라는 신분만 바뀌면서 조직 운영이 복잡해지고 하향 평준화가 돼버렸다”고 했다. 정치권은 쇼츠 영상과 팬덤 경쟁에 쏟는 열의를 이런 문제를 푸는 데도 보였는가.
현장 지휘와 안전관리에도 문제가 남아 있다. 4월 12일 전남 완도 저온창고 화재에서는 내부 진화에 나선 박승원 소방경과 노태영 소방교가 불길에 고립돼 순직했다. 유족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소방청은 7월 인명 구조가 필요하지 않으면 외부에서 화재 확산을 막는 방어적 진압을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0월 경기 부천 공장 화재에서 김진석 소방위가 또 순직했다. 3층 작업자가 모두 대피했고 내부에 인화물질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가 올라왔지만 현장 지휘부는 공격 진압 방침을 유지했다. 희생된 소방관들을 우리는 영웅이라 부른다. 1계급 특진이 추서되고 정치인과 고위 관료가 조문한다. 하지만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특진과 훈장이 그 슬픔을 얼마나 달래줄 수 있을까. 순직자를 예우하고 희생을 기리는 일은 살아 있는 동료들의 근무 여건을 바꾸고 안전을 강화하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 국비·지방비 논쟁을 넘어 현장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분담 방식을 찾아야 한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