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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업계를 공황 속으로 밀어 넣은 최악의 사이버 침해 사태가 바이낸스를 덮쳤다. 북한의 국가 지원 해킹 조직이 단 20분 만에 최소 63억 달러(약 8조 4000억 원)에 달하는 디지털 자산을 약탈해 갔고 바이낸스 직원들은 넋 놓고 실시간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장면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업계에선 이번 해킹 사건이 가상자산 업계에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디지털 자산이 전통 금융을 대체할 안전한 자산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해킹이 일어났던 29일(현지시간) 당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위치한 바이낸스 보안팀 모니터에 경고등이 켜졌다. 거래소 내부 지갑에서 1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무단 유출되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20분 만에 털린 63억 달러

자오창펑 바이낸스 창업자. 뉴시스

자오창펑 바이낸스 창업자. 뉴시스

해킹이 시작되자 경영진은 즉시 약 100명 규모의 긴급 위기대응팀을 소집했다. UAE 현지에서 임신 7개월 차의 몸으로 밤을 지새운 이허 공동 최고경영자(CEO)와 홍콩에서 긴급하게 전화를 연결한 리처드 텡 공동 CEO 등 임원진은 화상 회의에 참석한 뒤 돈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바이낸스 임직원이 손을 쓸 새도 없이 도난 액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10억 달러로 시작한 피해 규모는 불과 20분 만에 30억 달러를 넘어 60억 달러로 불어났다.

이후 이상 거래 알림은 전 세계 암호화폐 투자가들의 컴퓨터로 보내졌다. 바이낸스는 ‘사이버 금융 보안 및 블록체인 포렌식(추적·분석) 전문 기업’인 TRM 랩스(TRM Labs),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 엘립틱(Elliptic) 등과 손잡고 도난 자금이 흘러 들어간 디지털 주소(지갑) 목록을 긴급 작성했다.

동시에 테더(Tether)와 서클(Circle) 등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에 긴급 협조를 요청했다. 이들 기업이 관련 지갑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코인을 동결하는 것만이 자금 세탁을 막을 유일한 열쇠였기 때문이다.●즉각 자산 동결에도 결국 빠져나간 자금

바이낸스

그때쯤 시장에서는 이미 흉흉한 소문이 번졌다. 한 X(옛 트위터) 사용자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바이낸스가 대규모 해킹을 당한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근인 잭 위트코프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공동 창업자 역시 기술책임자(CTO)로부터 이상 징후를 보고받았다.

위트코프는 해커들이 자금 출처를 은폐하기 위해 믹서(Mixer) 프로그램인 ‘토네이도 캐시’를 이용한 정황을 확인했다. 그는 “블록체인 초보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명백한 해킹 패턴이었다”고 전했다.

월드 리버티 측은 자체 발행 스테이블코인(USD1) 약 2700만 달러를 즉시 동결했고, 뒤이어 테더와 서클 등 주요 발행사들도 동결 대열에 합류했다. 바이낸스는 이들의 신속한 대응으로 약 30억 달러의 피해 자산을 동결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해커들은 이들보다 한 발 빠르게 중앙화된 발행사가 통제할 수 없는 ‘탈중앙화 금융(DeFi)’을 탈출구로 삼았다. 해커들은 동결 직전의 스테이블코인 6000만 달러를 탈중앙화 대출 플랫폼 ‘아베(Aave)’에 담보로 맡긴 뒤, 동결이 불가능한 가상자산인 이더리움(ETH) 약 2만 개(당시 시가 4460만 달러 상당)를 대출받아 빼돌렸다.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은 특정 주체가 임의로 동결할 수 없다. 결국 아베 등 탈중앙화 플랫폼들이 대출을 중단했을 때는 이미 해커들이 통제 불가능한 암호화폐 자산 24억 달러(약 3조 2000억 원)를 손에 쥐고 사라진 뒤였다.

●사상 최대 거래소도 해킹에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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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해킹 사건이 온란인상에서 공황을 일으키자, 자오창펑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바이낸스가 해킹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용자 자금은 안전하다(SAFU)!”고 올렸다. 이어 바이낸스 측은 공식 성명을 통해 내부 엔지니어의 노트북이 해킹당해 무단 출금 권한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히며, 시스템 안정을 위해 모든 자금 출금을 일시 중단했다.

미국 사법당국과 사이버 보안업계 분석 결과, 이번 사태의 배후는 북한의 해킹 조직인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로 특정됐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글로벌 암호화폐 해킹 피해액의 무려 89%가 북한 연계 해커들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바이낸스 측은 사내 보유 자금 63억 4000만 달러를 투입해 고객 피해액 전액을 보전하겠다고 발표하며 급한 불을 껐으나, 거래소 안보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신뢰는 치명상을 입었다. 역대 최대 규모의 해킹으로 기록된 이번 바이낸스 사태는, 초국가적 사이버 범죄 앞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소조차 불과 20분 만에 무너질 수 있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및 포렌식 전문 기업’ 체인알리시스는 웹사이트를 통해 조사관들이 이전에 본 적 없는 가상자산 ‘세탁’ 패턴을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체인알리시스는 “짧은 기간 동안 수천 건의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공격자들이 자금 흐름을 감추기 위해 자동화를 사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단순히 자금을 이동시키는 대신, 여러 주소 간에 반복적으로 자금을 돌리는 것도 포착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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