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내역을 확인하며 당황한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잘못 보낸 돈인데 상대방이 돌려주지 않네요. 보이스피싱 피해라고 신고해서 계좌부터 묶어도 될까요.”

착오로 다른 사람에게 돈을 보낸 뒤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것처럼 허위 신고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 계좌가 지급정지돼 손해가 발생하면 오히려 돈을 잘못 보낸 사람이 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실제로 법원은 거짓 지급정지 요청으로 한 달 넘게 계좌를 사용하지 못한 사업자에게 변호사 비용과 영업손실, 위자료 등 1500만원이 넘는 손해를 배상하도록 한 사례가 있다.

● 허위 신고로 계좌 묶었다가 1500만원대 배상

착오송금은 계좌번호나 금액 등을 잘못 입력해 의도하지 않은 사람에게 돈을 보내는 경우를 말한다. 돈을 받은 사람이 곧바로 반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것처럼 꾸며 신고해서는 안 된다.

현행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자산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11조의2는 거짓으로 피해구제를 신청해 지급정지된 계좌 명의인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거짓 신청자가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2024년 2월 신설돼 같은 해 8월 시행됐다.

류원용 변호사(류원용 법률사무소)는 “착오송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돈을 빨리 돌려받기 위해 보이스피싱 피해라고 허위 신고해 상대방 계좌가 지급정지됐다면 수취인이 입은 손해에 대해 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인천지법 부천지원은 2023년 2월 거짓 지급정지 요청으로 피해를 본 사업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지급정지를 해소하기 위해 지출한 변호사 비용 가운데 370만원을 손해로 인정했다.

계좌 지급정지로 발생한 영업손실도 배상 대상이 됐다. 해당 사업자의 2020년 8~9월 매출은 다른 10개월과 비교해 약 7317만원 감소했다. 법원은 구체적인 손해액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과 해당 업종의 판매마진율 등을 고려해 1095만원을 영업손실로 인정했다.

한 달 넘게 본인 명의의 모든 은행 계좌를 사용할 수 없었던 데 따른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도 위자료 50만원이 인정됐다.

이 판결은 거짓 피해구제 신청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한 법률 조항이 시행되기 전에 나왔다. 이후 관련 규정이 신설되면서 허위 신청에 따른 배상책임이 법률에 명시됐다.

●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면 달라질까

다만 보이스피싱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서 모든 신고가 거짓 신고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보이스피싱 피해라고 믿을 만한 사정이 있어 신고했지만 나중에 착오송금으로 밝혀진 경우와, 처음부터 착오송금임을 알면서 반환을 압박하기 위해 허위 신고한 경우는 구분해야 한다.

류 변호사는 “송금인이 실제 보이스피싱 피해라고 믿을 만한 사정이 있어 착오로 신고한 경우에는 거짓 신고와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돈을 잘못 보냈다면 먼저 송금한 금융회사에 착오송금 반환을 요청해야 한다. 금융회사를 통한 반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일정 요건에 따라 예금보험공사의 착오송금 반환지원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2026년 10월 기준 지원 대상은 건당 5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착오송금으로, 송금일로부터 1년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금융회사를 통한 사전 반환 요청 등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 돈을 돌려주려는데 송금인이 연락되지 않는다면

반대 상황도 있다. 전혀 모르는 돈이 계좌에 들어와 수취인이 은행에 착오송금 사실을 알리고 반환 의사를 밝혔지만, 정작 송금인이 반환 요청을 하지 않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다.

이때 수취인은 돈을 임의로 사용하지 않고 보관할 수 있으며,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변제공탁을 이용할 수도 있다.

민법 제487조는 채권자가 변제를 받지 않거나 받을 수 없는 경우 채무자가 변제 목적물을 공탁해 채무를 면할 수 있도록 한다. 과실 없이 채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류 변호사는 송금인이 반환을 요청하지 않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에도 돈을 계좌에 보관하거나 변제공탁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공탁이 가능한지는 민법상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착오송금이 발생했다면 송금인은 금융회사를 통한 반환 절차를 이용하고, 수취인은 반환 의사를 밝힌 사실과 관련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 돈을 빨리 돌려받으려다 허위 신고로 상대방 계좌까지 묶었다면 원래 송금액보다 더 큰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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