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선수영입 등 6조8000억 투자

대회에 콘서트 결합 등 파격 시도

중계권 판매 부진에 수익 창출 실패

사우디 국부펀드서 자금지원 끊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자금력을 앞세워 골프계를 뒤흔들었던 LIV골프가 출범 5시즌 만에 문을 닫는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햇수로 5년간 50억 달러(약 6조8000억 원·추정)를 ‘밑 빠진 독’에 쏟아부은 모양새가 됐다.

LIV골프는 6일 “사업을 질서 있게 종료하는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미국 파산법 11조에 따른 회생 절차를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추진하려 했으나 투자자들과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알렸다. LIV골프 측 법률 대리인은 같은 날 미국 뉴저지주 파산법원에서 열린 심리에서 청산 절차 돌입을 공식화했다.

2022년 6월 첫 대회를 치른 LIV골프는 사우디의 ‘오일 머니’를 앞세워 단숨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브라이슨 디섐보, 필 미컬슨(이상 미국) 등 PGA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대거 LIV골프로 이적했다. 2023시즌 PGA투어 다승왕 욘 람(스페인)은 3억 달러(약 4550억 원),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미국)는 1억3000만 달러(약 1928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LIV골프로 옮겼다. LIV골프는 대회마다 2500만 달러(약 340억 원) 수준의 고액 상금을 걸었다. 시장 확대의 일환으로 지난해와 올해는 한국에서 대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스타 선수를 영입하고 골프 대회에 콘서트를 결합하는 등의 파격적인 시도에도 TV 시청률은 초라했고 방송 중계권 판매 수입도 미미했다. LIV골프가 자생적 수익 모델을 만들지 못한 가운데, 올 2월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중동 정세가 급변하자 PIF는 두 달 뒤 자금 지원 중단을 통보했다. 돈줄이 끊긴 LIV골프의 총부채 규모는 최대 10억 달러(약 1조34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애슬레틱에 따르면 LIV골프가 간판 선수였던 람에게 지급하지 못한 올해 3분기(7∼9월) 보수는 747만2527달러(약 101억 원)에 달한다.

LIV골프는 9월 미국 연방파산법에 따른 파산 보호를 신청한 뒤 내년 재출범을 목표로 ‘LIV 2.0’의 투자자를 찾았다. 새 사업안은 선수와 지분을 나누고 대회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 뼈대였다. 하지만 디섐보와 캐머런 스미스(호주), 더스틴 존슨(미국) 등 스타들이 끝내 새 사업안에 서명하지 않으면서 추진 동력을 잃었다.

LIV골프가 폐업 수순을 밟게 되면서 선수들은 새 길을 찾아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당장 PGA투어로 돌아갈 길이 막힌 선수들은 DP월드투어(옛 유럽 투어) 복귀로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결성된 코리안GC는 해체됐고 이 팀의 주장을 맡았던 안병훈은 7일 개막하는 DP월드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출전한다. 디섐보는 DP월드투어로부터 유럽대회 풀시드권을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PGA투어로의 복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PGA투어는 올 1월 LIV골프로 떠난 선수들을 대상으로 ‘복귀 회원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다. 최근 4년간 메이저대회 또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자에 한해 복귀를 허용하는 조건으로 500만 달러(약 73억 원) 규모의 자선기금을 내도록 했다. 당시 켑카가 이 조건을 수용하며 PGA투어로 복귀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조치였다는 게 PGA투어의 입장이다. PGA투어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공공연하게 LIV골프 출신 선수들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 왔다. 람은 5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개막한 DP월드투어 아부다비 알다르 챔피언십 기자회견에서 “PGA투어로 복귀할 수 있다면 기꺼이 자선기금 500만 달러를 낼 의사가 있다”며 “하지만 내가 켑카와 같은 조건의 제안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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