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수주 협력한 대우·두산 컨소시엄과 시공계약 협상 종료

대우건설 “변경 계약조건 검토 시간 부족… 수정안 제출에도 결렬”

두산에너빌리티 “공동 입장문 사전 협의 없어” 재입찰 참여 방침

기존 원자로·터빈발전기 공급계약은 협상 결렬과 무관하게 유지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전경.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사업에서 8년간 수주를 함께 준비한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하고 새로운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고 29일 밝혔다. 한수원이 시공 컨소시엄과 최종 공사비 합의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체코 발주사에 입찰금액을 제시한 데 이어 수주 이후에도 계약조건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계약관리 과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한수원은 이날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하고 신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준비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한수원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 15개월간 실무회의 78회, 이견조정위원회 11회, 최고경영자(CEO) 면담 2회 등을 진행했지만 공사비와 계약방식, 공사 범위 등 주요 조건에서 합의하지 못했다.

● 8년간 수주 협력했지만…공사비 합의 없이 최종 입찰

한수원은 2018년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을 시공협력사로 선정하고 체코 원전 수주를 추진했다. 대우건설은 체코 현지에 인력을 파견하고 협력업체를 발굴하는 등 수주 활동에 참여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체코 현지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원전 수주를 지원했다.

그러나 2024년 최종 입찰 당시 한수원과 시공 컨소시엄 사이에 공사금액에 대한 최종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우건설 측에 따르면 시공 컨소시엄은 물량정산방식이 포함된 공사 물량 견적을 제출했지만 한수원은 해당 금액에 합의하지 않은 채 자체적으로 금액을 낮춰 입찰제안서를 작성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최종 입찰 당시 시공 컨소시엄은 물량정산방식이 포함된 공사 물량 견적을 제출했다”며 “한수원이 그 금액에 합의 없이 자체적으로 금액을 낮춰 입찰제안서를 작성한 사실은 한수원 자료에도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2022년 최초 입찰 당시 합의한 조건과 단가를 토대로 자체적으로 최종 입찰금액을 산정했다는 입장이다. 국내외 원전 건설 사례와 사업 위험 등을 고려했으며 외부 전문기관의 검증도 거쳤다고 설명했다.한수원은 지난해 6월 체코 발주사와 본계약을 체결했지만 국내 시공 컨소시엄과의 공사비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후 계약조건을 둘러싼 이견이 이어지면서 결국 시공사 교체를 추진하게 됐다.

● 계약조건 변경에 위험 부담 갈등…대우건설 “회의 종료 30분 만에 결렬”

협상 결렬 과정에서도 양측의 주장이 엇갈렸다.

대우건설 측은 한수원이 이달 7일 기존 하도급계약 조건을 변경하면서 시공사가 부담해야 할 위험이 크게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체코 원전에 적용되는 APR1000 모델은 상용 원전에 처음 적용되는 만큼 기본설계와 상세설계 과정에서 공사 물량이 달라질 수 있다. 대우건설 측은 설계 변경과 공사 범위 확대에 따른 추가 물량을 계약금액 조정 없이 부담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공사 역무 변경과 물량 증가에 따른 막대한 위험을 체코 현지에서 확인하기 위해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했지만 한수원은 자신들이 제안한 조건에서 조금도 바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우건설 측에 따르면 시공 컨소시엄은 이날 오전 8시 한수원 측 조건을 일부 수용하고 기준금액도 낮춘 수정제안서를 제출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시공 컨소시엄이 손실을 감안한 수정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이후 진행된 회의가 끝난 지 30분 만에 한수원이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변경된 계약조건을 검토할 수 있도록 오는 12월 31일까지 협상 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장기간 협상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체코 정부 및 발주사와의 신뢰 유지, 전체 공사 일정 지연 가능성 등을 고려해 협상을 종료했다는 입장이다.

또 국내 원전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서도 전체 공사금액을 사전에 확정하는 총액확정 계약방식을 적용했다며 체코 원전에서도 같은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사비 조정 요구는 외부 전문기관의 검증 등을 거쳤으며 시공사에 위험을 일방적으로 전가하거나 부당하게 공사비를 감액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한수원은 기존 컨소시엄과의 공동협력협약 종료 절차에 착수하고 내년 7월까지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2028년 1월 예정된 부지정지 일정도 준수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신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공사금액과 계약조건에 대한 협상을 다시 진행해야 하는 만큼 기존 컨소시엄과 이견을 보였던 공사비와 위험 분담 문제가 재차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시공사 교체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과 사업 일정 지연 우려도 제기되지만 이에 대한 한수원의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대우건설은 아직 한수원으로부터 협상 종료에 관한 공식 서면통지를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재 공식 서면통지를 수령하지 않은 상태로 한수원에 관련 협의를 지속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기존 협약이 유효한 상태인 만큼 아직 사업적 손실이 얼마인지 논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수원은 시공계약 협상 종료와 공동협력협약 종료는 별개의 절차라는 입장이다. 협약 종료를 위한 공식 통지와 내부 의사결정 등을 진행하고 비용 정산과 성과물 인계 문제도 기존 컨소시엄과 협의할 방침이다.

● 대우건설은 협상 지속 요구…두산에너빌리티 “재입찰 참여”

기존 시공 컨소시엄에 참여한 두산에너빌리티는 대우건설과 다른 대응 방침을 내놨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별도 입장문을 통해 오전 언론사에 배포된 컨소시엄 명의의 보도자료가 주간사인 대우건설 측에서 사전 협의 없이 배포한 자료라고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해당 자료에 담긴 내용은 두산에너빌리티의 공식 입장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우건설은 시공 컨소시엄 명의로 입장문을 배포하고 한수원의 협상 종료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협상 재개를 요청했다. 그러나 두산에너빌리티가 사전 협의 사실을 부인하면서 해당 입장문을 두 회사가 합의한 공식 입장으로 보기는 어렵게 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시공계약 조건에 관한 협상은 한수원과 주간사인 대우건설이 진행했으며 자사는 비주간사로서 주간사를 지원하는 제한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향후 대응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대우건설이 한수원과 기존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한수원이 추진하는 신규 입찰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의 중요성과 성공적인 추진 필요성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발주처에서 기존 컨소시엄사에도 재입찰 허용 방침을 밝힌 만큼 성실히 준비해 입찰에 참가하고 성공적인 사업 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가 신규 입찰에 대우건설과 함께 참여할지, 별도 컨소시엄을 구성할지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번 시공계약 협상 종료와 별개로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난해 말 체결한 원전 기자재 공급계약은 정상적으로 유지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공시를 통해 한수원으로부터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 협상 종료를 구두 통보받았다고 밝히면서, 다만 지난해 12월 16일 한수원과 체결한 원자로설비 및 터빈발전기설비 공급계약은 이번 시공계약 협상 종료와 무관하며 해당 계약은 변경이나 해지 없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참여한 체코 원전 사업은 건설·시공과 기자재 제작·공급으로 구분된다. 대우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가 컨소시엄을 구성한 건설·시공 부문은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이 종료됐다. 반면 두산에너빌리티가 별도로 계약한 원자로설비 및 터빈발전기설비 제작·공급 부문은 기존 계약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기자재 공급계약에 따라 설계와 구매, 제작 준비 등의 업무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계약 이행에 중대한 차질을 초래할 사항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은 약 26조 원 규모로 한국형 원전 APR1000 2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한수원은 지난해 6월 체코 발주사와 본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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