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논란으로 제동이 걸렸던 ‘조작수사·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조작기소 특검법)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4월 국회 조작기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끝난 지 6개월만에 사례보고회에서 녹취와 증언 등을 다시 거론하며 여론몰이에 나선 것. 민주당은 논란이었던 특검의 공소취소 권한은 조항에서 삭제하기로 했지만 야권에선 추후 공소청 등을 통한 ‘공소취소 빌드업’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남은 의혹 끝까지 규명”… 특검법 처리에 속도
민주당은 조국혁신당, 진보당과 함께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작기소 국조특위 사례보고회’를 열고 국정조사에서 불거진 의혹을 되짚었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 등 국조특위에 속했던 의원들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수사를 맡았던 박상용 검사의 녹음파일, 사건 관계자인 북한 공작원 리호남의 출입국 사실 등을 거론하며 추가 수사를 위한 조작기소 특검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보고회에는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 등이 참석하며 힘을 실었다. 한 원내대표는 “국정조사가 마무리됐다고 진상규명이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 국정조사에서 확인한 자료와 증언을 바탕으로 남은 의혹을 끝까지 밝히고 책임을 묻는 후속 조치로 이어가야 한다”며 특검법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 민주당은 조작기소 국조특위 직후인 4월 말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등 국정조사 대상 7개 사건에 더해 성남FC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총 12개 사건을 수사하는 내용의 특검법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특검이 기존 기소 사건을 넘겨받아 공소취소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때문에 ‘공소취소 특검’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6·3 지방선거 직전임을 고려해 이를 보류했다. 당시 친청(친정청래)계를 중심으로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와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지를 맞바꾸려 했다는 ‘공소취소 거래설’이 제기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후 이 대통령이 9월 18일 기자회견에서 “기존 기소 사건의 이송 및 처분에 관한 조항을 삭제하고 진상 규명에만 집중해 달라”고 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다만 지도부는 ‘민생’을 강조한 국정감사 기간 이후 추진 방침을 정했고 국감이 마무리되자 이번 보고회를 개최하게 된 것. 당 지도부 관계자는 “공소취소 권한이 없어도 주요 과제였던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정리할 수 있는 것과 동시에 특검이 활동을 시작하면 지지율 하락 국면에 전통적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어 서둘러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다음달 초부터 4월 발의된 특검법을 토대로 공소취소 조항을 삭제한 뒤 법안 심사에 돌입할 방침이다. 서 위원장은 이날 보고회에서 특검법 처리 시점에 대해 “다음 주에 (특검법을 소위 안건으로) 상정하고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원내와 충분히 논의해서 빠른 시일 내에 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원내지도부에 속한 한 의원은 “아직 역풍 우려가 있어서 구체적인 통과 목표 시점은 정하지 못했다”면서도 “긍정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당장이라도 통과시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李 면죄부 주려는 것” 반발
이에 따라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 논란도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당장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 대통령에게 ‘셀프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검의 공소취소 권한을 없애더라도 특검이 기존 수사·기소가 불법 또는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릴 경우, 이를 근거로 향후 공소청이 공소취소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야당의 시각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조작기소 특검법을 밀어붙일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와 장외투쟁 등 강경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우리나라 헌법 위에 있겠다는 것 아니냐”며 “삼권분립을 쥐고 흔들고, 헌법을 발 아래에 두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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